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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UKI교수.영문학박사)   2004-12-30  
  [인재 손인식의 <사랑의 훈민정음>-]

한 국 미 술 전 시 회
-인재 손인식의 <사랑의 훈민정음>-
(2004. 8 . 23 - 29, 인니국립박물관)

*김용/UKI교수.영문학박사

각 사람이 현재 처해 있는 정황 혹은 ‘길’에는 어떤 필연의 그 무엇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는 ‘연기설’(緣起說)이라든지 ‘역사 신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본체적 의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토대에서 필자는 서예가 손인식이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당장 눈앞의 문제들로 인해 예술로부터 저만치 동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해외 교포사회의 현실이고, 십수만 여개의 양털로 된 붓과 검은 먹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서예 예술을 외국인들이 잘 이해해줄 것을 크게 기대할 수도 없으니, 그가 자카르타에 뜬금없이 출현한 사실은 우리에게 생경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필자는 그의 저서 10권을 모두 다 읽고난 후부터 예술가 손인식의 인생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며 믿기 시작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찰나를 게을리 하지 않고 앞으로 과감하게 짓쳐나가는 그를, 그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 “자카르타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서슴없이 말하면서 창작에 시간 시간을 전부 불태우고 있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일 것이다.

한 ‧ 인니 수교 31주년과 서울 ‧ 자카르타 자매도시 결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대사관이 마련한「한국 미술전시회」를 통해서도 그의 진가는 여지없이 들어났다. 인니 일간지 <수아라 뻼바루안>(8월24일자)은 이 전시회를 통하여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들에 대해 기사화 하고 있다. 즉 “다이내믹 코리아”가 그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인재 손인식이 영문으로 휘호했고 재 인니 대한민국 홍보쎈터가 소장한 작품으로서 이번 행사의 백드롭의 중앙을 장식했다. 그의 역동적 필력이 인니 기자의 눈을 자극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에서 김소선작가가 도자기에 민화를 재현한 작품과 한국의 풍경을 그린 서양화를 출품했고, 한복과 한국의 수석도 전시 되었다. 여기에 인재 손인식은 한글(훈민정음)을 테마로 한 작품들 36점을 출품했다. 인재는 “그간 한글을 소재로 작품을 할 때마다, 창제의 철학을 곁들인 인상주의적 표현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제 그는 “밀쳐두었던 숙제를 명분을 지니고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마련된 것 같다고 연일 쌓인 피로를 개의치 않는다. 그가 “창제의 철학적 배경과 자연 현상을 본뜬 가운데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원리가 적용된 것 등은, 인상주의적 표현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매력”을 지닌다고 말했듯이 그의 예술작품에는 철학적 관념이 실체로 형상화되어 재현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외국인들이 한마디로 “철학적이다. 경지에 이른 예술이다”라고 되뇌는 것을 필자는 여러 번 듣고 목격하였다. 이는 순도 높은 그의 진지하고 깊은 고뇌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그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발간한 작품집『사랑의 훈민정음』에는 한글의 제자원리와 이면의 철학을 요약한 「한글의 개요」와 조선의 「한지의 개요」를 간추려 번역 수록되어 있고 각 작품의 특징에 따라 창작 단상을 밝혀 감상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는 민족문화를 고급스럽고 은근하게 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적 사명감이 매우 강하게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사랑의 훈민정음』에는 「인재 손인식 운필집 제10집」이라는 부재가 붙어있다. 이 책은 그가 사십대에 들어서면서 오십까지 열권의 저서를 발간하겠다는 십년 계획의 실현이다. 이것이 향후 십년의 계획인 ‘육십까지의 해외 경험’을 시작하는 교차점에서 생겨났다. 이런 감회가 거기에 담겨있음을 듣고 필자는 그의 참으로 치열한 예술가 정신의 한 가닥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진정한 프로다. 그 프로의 변을 들으면 매우 재미있다. 자기 예술과 자기 실천에 대한 확신이 있는 모습은,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도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참으로 많은 시도를 하는 사람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시도가 많으니 당연히 실패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실패들로 인해 결코 낙망하지 않는 천성적인 매력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많은 실패들을 딛고 성공의 열매가 맺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실패는 습작 혹은 에스키스처럼 그가 나아가는 길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므로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10년 해외 활동 계획이 어떤 결실로 나타나게 될지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필자에게 있어 치열한 예술가 정신을 소유한 인재 선생과의 우의는 소중한 것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신의 가호(加護)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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