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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식 ()   2004-12-30  
  [ -춘재당 김소선의 백자민화-]

진정한 옛것은 진정한 새것 한 국 미 술 전 시 회
-춘재당 김소선의 백자민화-

손 인식 (서화가)

그래서 그리움의 대상은 늘 지나간 옛것에 있던가? 화려함보다 소박함으로 우뚝함보다는 잔잔하게 깔리는 옛것의 맛이라니. 은밀하고 깊으면서도 다소 헤퍼보여서 더욱 친근해지는 이 아이러니는 또 어쩔꼬. 더러는 언제라도 새것으로 우리들 곁에 올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가슴 눅눅히 적시는…

한 마디로 ‘전통사회의 산물’이라고 정의 되는 한국의 전통 민화(民畵)가, 그리움의 대상 옛것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 새것으로 자카르타에 나타났다.
한 ‧ 인니 수교 31주년과 서울 ‧ 자카르타 자매도시 결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대사관이 마련한「한국 미술전시회」에 초대되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우호물결을 파도로 세우기 위해 왔을까? ‘봄을 보내고도 봄을 지닌 여인’ 춘재당(春在堂) 김소선(金素琁) 선생에 의해서다.「한국 미술전시회」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호텔 상그릴라전을 끝내고 이젠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23일부터 29일까지)에서 막을 올려 교민들은 물론 관심있는 많은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잇게 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산뜻하고 정감어린 한국풍경의 유화와, 화려하면서도 다소곳한 맵시로 단장한 한복도 나란히 선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호텔 상그릴라전에서는 자연의 힘과 신비로 뭉친 수석이 함께 전시되었고, 천리향의 한국난과 석부작 목부작의 풍란이 드문드문 선을 보였던 보기 드문 한국미의 잔치이다. 필자는 이 행사에 초대되어 훈민정음 창제철학을 배경으로 이미지화한 작품을 출품한 작가이다. 그런 필자가 유독 춘재당의 백자민화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새것으로 다가온 옛것’이 안겨준 간절한 아릿함 때문이다.

민화는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인 관점이다. 신석기 시대의 암벽화, 청동기시대의 공예품, 삼국시대의 고분벽화와 기와, 고려 ․ 조선시대 공예품 등의 그림과 무늬가 모두 민화의 범주에 든다. 민화는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대중의 의식과 습속에 얽힌 것으로서 순수성, 소박함, 단순함, 솔직함, 무명성에다가 동일주재의 반복과 실용성, 비 창조성 등으로 생활습속과의 연계성이 매우 깊다. 이는 곧 대중성이자 ‘민중성’으로 민화의 생명성이기도 하다. 민화가 화법이나 기교, 독창성 등에서 순수예술품에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예의 그 친화적 특성으로 인해 대중적으로는 순수회화보다도 더 사랑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민화가 춘재당에 의해서 도판으로 옮겨졌고 화려하게 새것으로 부활했다. 거기에는 새로운 구성, 새로운 기법, 새로운 색채들이 작가의 미의식에 의해 새 생명력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옛 것이 지닌 위력이 스콜 퍼부은 뒤 쏟아지는 땅글땅글한 햇볕처럼 드러나고 있다.

민화는 종교적인 민화와 비종교적인 민화로 구분된다. 종교적인 민화는 무속과 도교적, 불교적, 유교적인 것들로서 조상숭배와 윤리도덕의 교화를 강조한 그림들이고, 비종교적 민화는 장식적 풍속화, 인물화, 옛 일의 기록화, 산수화적 성격을 띤 지도와 천문도 등이 있다. 이런 특성을 춘재당은 백자민화에 새겨 넣어 봄편지처럼 보여주고 있다. 혹여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우리교민들이 타국생활로 잊어버릴까하는 염려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의 민화가 지닌 멋과 맛을 또 하나의 위대한 민족문화로 대표되는 백자에 촘촘히 새겨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은 작가적 신념에서 일 것이다.

춘재당의 작품에는 칼금의 메시지가 더 있다. ‘진정한 옛것은 진정한 새것’이라는 의미를 깊이 새기게 함이 그것이다. 훈민정음이 그렇고 한복이 그러하며, 민화가 그렇고 도자기가 그렇다. 태우고 태워진 다음 비로소 살아 드러나는 백자 빛과 다양한 색들의 진실 앞에서 경건해지지 않을 사람 누굴까. 스스로 자기 안의 모든 불순물들을 태워버리고 세상이라는 백자위에 저리 고운 색으로 맑게 맑게 다시 살아나자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오늘 우리 어찌 써야 할까. 진정으로 새로운 내가 되자는 다짐을 또 할 수밖에. 춘재당이 태운 열정을 오늘은 그냥 덤으로 두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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