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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식()   2006-3-21  
  [뜨거운 편지 22]

뜨거운 편지 22

중연, 현당, 연제, 예림, 소해, 목양. 구산, 구은, 화정,
상연, 담산, 다화, 필당, 송하, 청하, 문경, 금석 님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다가오는 병술 신년!
하느님의 크신 은총으로 더욱 건강하시고 가정에는 행복이 가득하시며
하시는 일 모두가 뜻대로 이루어지시기를 빕니다.

황우석교수의 소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폭설 소식, 실감나지 않는 년 말, 그러나 또 한해가 바뀌는 어귀에 닿고 있습니다. 그간 다 평안하시죠? 보내주신 작품들이 빛나는 가운데 지난 9일부터 11일의 전시를 잘 마쳤습니다. 스스로의 손으로 이룩한 작품들이 전시장 벽에 걸렸다는 환희와, 엊그제까지 그냥 함께 차 마시고 수다 떨던 이웃집 아줌마가 뭔 작가가 되어 떠억 허니 전시를 한다고 하니 하긴 뭘 했을라고 시답잖게 여기며 와 봤더니, 이건 정말 놀랄 일이라며 지르는 탄성들이 뒤섞이는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제 하루를 꼬박 소비한 2차 뒤풀이를 겸한 송년 파티까지 잘 마쳤습니다. 전시회가 얼마나 성대했기에 2차 뒤풀이까지 있었으며 또 무슨 뒤풀이를 꼬박 하루를 했느냐고 궁금해 하실 테니 잠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전에 대치동에 한 번 갔던 강희중사장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양반이 전시 마지막 날 밤 뒤풀이를 여기 최고급호텔에서 쏘는 바람에 나머지 회원들이 그 답례를 했던 것입니다.

그 프로그램으로 우선 그 양반 사무실에 들러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즉 한국의 풍란과 춘란, 수석, 분재 등 수천 점을 감상하고, 그 다음 집에 소장되어 있는 이 나라 골동품들을 비롯한 소장품들을 감상한 다음, 식당으로 이동 한국에서는 정말 먹어보기 힘든 랍스터 회를 먹는다는 것이었으니 그만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도 하루가 걸린 이유로는 정말 웃지 못 할 사건들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강사장 사무실이 성남 쯤 되는 변두리 도시인데다가 집은 다른 동네이고, 식당은 다시 분당쯤 되는 곳이었으니 그렇기도 했지만 실은 이유가 다른데 있습니다. 예전의 편지에서 대강은 아시겠지만 이 나라 기사들의 특징이 오직 기사의 사명을 운전을 하고 어딘가로 간다는 것에만 둘 뿐 길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까지 있어 절대 길 모른다는 소리를 하지 않거니와 도대체 묻질 않는 성격들 때문에, 이동과 이동 과정에서 차 8대가 각자 놀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기사만 해도 출발을 하면서 목적지를 말하고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해서 맘 편히 먹고 이화당은 옆에서 졸고 저는 마침 책을 좀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고속도로에서 빠져난 차가 가야할 오른쪽 방향이 아니라 왼쪽으로 천연덕스럽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질겁해서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갔으면 돌아오면 되고, 잘 못 들었어도 어딘가로 가면 목적지가 나올 것으로 믿고 오직 그냥 가기만 하는 이들을 또 믿어버린 저에게 문제가 있었지요. 한 번 가봤던 곳이라 대강 알고 있었기에 다행이었지 저 또한 수원쯤 가서 돌아올 뻔 했던 것입니다.

하여간 볼 것은 다 봤고 먹을 것은 다 잘 먹었으며, 별도로 붙들려서 또 술을 먹는 바람에 낯부터 저녁까지 만취에 만취가 되어 집으로 와서는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가, 목이 말라 일어나서는 냉수 한 잔 들이켠 다음 퍼뜩 정신이 들어 몽롱한 정신으로 2005년의 마지막 빠나스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송년 모임 치르시느라 바쁘셨지요? 저 또한 정말 많은 염려를 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특별한 대고 없이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젠 제가 술을 좀 부추기기도 했는데, 그건 다름 아니라 2005년 일 년을 계획하고 진행해왔던 일이 마무리 되는 날이었기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소 지루하시겠지만 다음의 후기를 읽으심으로 그 정황을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 <예술가가 만난 사람들 그 최종회를 마치며>

이제 막 마지막 회 정리를 마쳤다. 지난 1월 17일부터 깃발을 올린 <예술가가 만난 사람들>이 25회를 최종회로 오늘 끝을 맺는다. 후련함과 섭섭함, 감사함이 무더기로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 일 년 동안 나는 귀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고, 참 많은 정금 같은 이야기들을 들었으며, 숭고한 삶의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눈과 귀가 복을 누리는 동안 한 회 한 회가 거듭되었다. 부족한 능력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기에 끝을 맺는 이 순간이 참 후련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한편 섭섭하기도 하며, 그간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기도 하다.

거친 문장, 짜임 부족한 글을 꼼꼼히 읽어주시고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신 독자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를 드린다. 물론 이는 갖은 어려움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정신으로 한 타임즈를 만들면서 귀한 지면을 할애해준 김육목 사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아울러 무지한 청을 순수하게 받아주시어 처음 몇 회에 걸쳐 사진을 담당해주신 김세영 선생님께 죄송한 말씀과 감사의 마음을 엎드려 올린다.

그간 <예술가가 만난 사람들>은 연합교회와 서만수 선교사의 이야기를 전한 것을 필두로, 2,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3, 월화차 문화원과 김명지 선생, 4, 성요셉성당과 김정열 모세신부 5, 한마음 노인대학과 그 봉사자들, 6, 해인사인도네시아포교원과 스님, 7, 인니 한인사회 원로 신교환 선생, 8, 국제부인회의 한국부인들, 9, 라뮤즈 합창단, 10, 한인 미술협회, 11. 축구동호인들의 이야기, 12. 내 마음에 한 노래 있어, 13. 언어를 통해 한국문화를 심는 사람들 (김용교수, 안선근 박사, 박진려선생), 14. 문화답사회와 사공경선생, 15. 반둥한인회, 16 한인음악협회, 17 한국부인회, 18. 코이카의 국제 협력 활동, 19. 한국문화 홍보센터와 김상술홍보관, 20. 동부자바 한인회, 21. 인니 한인2세들의 오늘, 22.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모임 사누회, 23. 재 인니 태권도 인들의 이야기, 24. 주 인니한국대사관과 이선진 대사, 25. 재 인니한인회와 승은호 회장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처음 계획은 1년 52주를 격주로 나누어 26회를 실을 예정이었으나, 한 회분을 늦게 시작함으로 인해 25회로 마치게 되었다. 25회를 잇는 동안 약 1200매의 원고와 130여 컷의 사진으로 한인사회가 보유한 종교와 문화적 성과들을 증거 했었다. 아직도 반드시 널리 알리고 귀감으로 삼아야 할 분들과 단체가 많음에도 마칠 수밖에 없음은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기록들이 이어지고 있고 점점 정확해지고 풍성해질 것이기에 이를 위안으로 삼으며 하나의 장을 넘기려 한다.

내가 이 코너를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인 듯 필연이었다. 작품을 하는 사람이기에 늘 자연과 사회현상,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자카르타에 정착을 한 후부터 더욱 거세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구 열망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제분수를 모르고 덤벼든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진실과 배움들은 두고두고 내 앞날에 큰 영양소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시 한 번 턱없이 부족한 능력의 기록자에게 참으로 큰 진리를 들려주고 보여준 그간의 대담자분들께 엎디어 감사를 드린다. 한편 이 기록은 한 타임즈의 발행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질 것이다. 더욱 널리 알려지며 또 보존될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 영광스럽기도 하다. 책이 발간된 이후에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삼가 바라마지 않는다. 새해가 눈앞이다. 부디 모든 분들의 가정과 하시는 일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빈다.---

섭외하고 질문서를 작성해 보낸 다음 약속을 정하고, 만나서 녹음을 하며 그것을 글로 만들어 내느라 사실 부담이 많았었습니다.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2주마다 한 번씩 광고도 들어가지 않는 신문 한 면을 다 채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후기에도 들어 있듯이 이는 제게 큰 공부였습니다. 하도 배타적이고 정말 어려워서 그것을 뚫고 나가는 한 방법으로 시도했던 것인데 마치는 순간 큰 만족은 아니어도 작은 결과는 얻었다는 생각이었고 우선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한인사회를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제법 대접해주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지난 5월에 부임한 대사께서는 2006년 5월에 한국주간을 설정하여 대대적인 문화행사를 염두에 두고 계시는데, 그 때문인지 절더러 기획하고 진행을 해달라고 특별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후 4일에는 목연 최경애선생과 금정 박종숙선생이 최종 마무리한 작품을 들고 고르기도 하고 도장도 찍을 겸 해서 온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얼묵연전 준비기 잘 되어 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체본을 부탁하는 분들이 적은 것 같습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긴 합니다만 출품회원 숫자가 적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많은 독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동이 텄습니다. 중언부언을 마치라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만남에 맛있는 식사가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30일 5시 45분
자카르타 슬라딴에서 손인식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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