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료실 > 논문/평론


손인식(서예가, 서예로닷캄대표이사)     
  [臨摹와 創作, 창작과 임모 - 뫼벗 이재옥전을 보고]

임모(臨摹)란 창작을 위해서 존재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창작의 세계를 알기 위해서, 또 창작을 하기 위해서 과정으로 삼는 것이 임모라는 말이다. 임모(모방)를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하겠다. 임모는 형임(形臨)이 그 시작이고, 올바른 형임이란 대상이 지닌 이면의 미적 특성과 본래 서사자의 미의식을 갈파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의임(意臨)에 해당이 되는데, 또한 임모자의 주관적 미의식을 기르는 것이니 진정한 형임이란 의임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면서 이미 배임(背臨)과 창작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숭고한 뜻으로 인해 한결같이 강조되는 것이 임모이다. 하지만 임모가 잘못 해석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지나치게 강조되면 그야말로 폐단을 부르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서예학습이 폐단의 희생양이 되거나 도로(徒勞)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임모에 대한 바른 개념이야말로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로되 실천하면서 실험하고 연구해야 할 대상이다. 임모자의 주관적 미의식과 해석력이 없이 거두어질 수 있는 임모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능동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임모란 창작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자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 된다. 참다운 임모란 창작과의 차이가 그야말로 백지 한 장의 두께도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疸弔愍?미의식 수준이나 해석력에 따라 드러나는 결과가 천차만별이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오직 임모를 목적으로 서예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헌종妃 효정왕후 홍씨가 내종 사촌동서께 한 答封書 宮人이 代書 / 70×135cm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25일~10월 1일까지 갤러리 라메르에서 있었던 뫼벗 이재옥의 봉서 임서전은 어떤 형태로든 그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전시였다고 말할 수 있다. 뫼벗은 서예가로서 비교적 뚝심 있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특히 강한 탐구정신으로 서예관련 학문을 열정적으로 탐구하면서 그 성과를 하나하나 드러내가고 있는 눈길을 끄는 작가이다. “빠른 시간내에 창작전”을 전제로 하면서, 2권의 저서 발행을 아우른 이번 봉서 임서전도 그러한 맥락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그가 겸손한 가운데에도 학문적 성취를 하나 둘 드러내면서 단호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과정의 결과물을 내보임으로써 던진 문제의식은 우리들에게 스스로 임모에 대해 많은 것을 진단해 볼 것을 은근히 권한다. 따라서 뫼벗의 임서전에 출품된 작품들의 경향을 통해 느끼게 되는 호불호는 개개인에게 맡기고, 임모나 임모전이 주는 가치를 되새겨 보는 것이다. 뫼벗 또한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글서예 서체 중 하나의 유형일 뿐인 봉서를 임모 잘하는 작가라는 평가나 받으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임서는 누구나 당연히 하는 것이되 어떻게 하는 것이 가치가 있고 중요한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한 방법을 시행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그의 임모 방법과 임모전을 어떻게 볼 것이며, 동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로부터 좀더 근원적인 것으로써, 임모의 대상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와 임모의 대상을 누가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를 헤아려 보아야 하며, 임모전의 가치성과 형태에 대한 담론도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서단에는 본질을 잃은 임모가 만연하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허구적 임모에 볼모가 되어 있지는 않는가? 일부 기성작가들이 알게 모르게 오도하고 있는 가운데 학습자들은 아까운 돈과 정력,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 엄밀히 말해서 임모란 결과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기본도 없는 말로 다양성과 창작 의지의 싹부터 자르고 있지는 않는가 등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 많다.
뫼벗은 이번 전시의 인사말을 통해 매우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언급을 했다. "창작전에 대한 강한 의욕이 있었으나, 가끔 주위에서 보여지는 작품 중 공부하는 과정이 깊이 전착되지 않고 과정이 생략되어 손끝에서 나온 가벼운 느낌의 작품을 대할 때면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하였습니다." 그의 창작전이 첫눈처럼 기다려진다.

孝宗御筆 / 70×135cm
[월간까마 2002년 10월호]

   

 

Copyright ⓒ 2001 SEOYERO Co., Ltd / E-mail : soninjae@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