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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서예가, 서예로닷컴 대표이사)

인간의 미에 대한욕구

인간은 늘 아름다움을 찾는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도 추구하지만 내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값지게 생각하여 다듬기를 그치지 아니한다. 그 아름다움 중에 특히 다듬어지고 훈련되어 나타나는 관념미가 예술미다. 우주만물을 대상으로 삼아 개인의 직관으로서 아름다움을 재창조해 냄에 있어, 그것을 빛깔, 모양, 소리, 글 등으로 표현하며 입체나 평면으로 조형해 내는 것이다. 곧 서예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인간이 추구하는 미적 활동을 예술활동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연형태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자연미라 칭하고, 그 자연미를 최고의 미로 여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은 논리적 사색과 지식 탐구를 통해 자연에서 그 본질을 탐구하고 그 사실을 취사선택하여 관념세계의 예술미를 창출해 내기 위해 예술 활동을 거듭한다.

인간의 이런 행위는 찬탄해 마지않는 자연미가 미적으로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창조성을 발현하고 독창적 미를 창출하여 이를 느끼고 즐기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런 지적 행위를 통해 인간은 삶을 더욱 알차게 영위 한다.

서예가 지닌 시대성과 개인성

서예는 문자 예술이다. 문자를 표현 대상으로 삼아서 표현 기법과 함께 철학, 사학, 미학을 조화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서예를 우선 외적 형상으로 본다면 문자를 구성하는 점과 선 즉, 획(劃)에 있어서의 모양(形態), 장단(長短), 대소(大小)와, 운필(運筆)에 있어서의 지속(遲速), 필압(筆壓), 강약(强弱), 경중(輕重) 등과 먹의 농담(濃淡), 문자 상호간의 균형 등으로 조화된 조형예술이다.

이러한 서예적 특성을 일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문방사보(文房四寶)라는 재료와 도구이며 이의 활용을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수련을 하는 동안 함께 궁구해야 하는 것이 서예를 이루고 있는 선(線), 글자의 짜임(結構), 전체의구도(章法)이다. 이를 익히기 위한 종합적 근거가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고전의 명품과 명가들이다. 역사 속 미의식과 철학성이 시대성을 지니고 형성된 것이 고전이고 명가의 작품들이므로 이를 근거로 삼아 서예의 특질을 체득해 나가는 것이다. 서예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시대성에 의한 것과 둘째는 개인의 성향에 의한것이다. 첫째, 시대성에 의하면 태평성대와 전쟁이 빈발하던 시대, 독재를 행하던 시대에는 서예에도 그 성향이 드러났다. 심지어는 왕의 선호도에 따라 변천의 물줄기가 변하기도 했다. 예컨대 태평성대가 오랫동안 지속됐던 중국의 한나라 시대에는 온화하고 유려한 서체가 생성되었거나 주류를 이루었고 전쟁이 빈발하던 남북조시대에는 강렬하고 긴밀한 서체가 주류였다.

진시황제의 통일 후 크게 드러난 소전의 서체는 균제미가 뛰어나고 유려한 서체이기 이전에 독재 정권에 잘 부합된 서체였다. 한글서예도 예외가 아니다. 한글을 처음 반포할 때의 서체는 매우 침착하고 조심스러웠으며 궁체에는 궁중여인들의 규범과 질서, 섬세함이 베어 있으며 서찰의 글씨에는 남녀의 구분이 확연하다.

둘째, 개인의 성향을 살펴보자. 왕희지(王羲之, 東晋 303∼361 또는 321∼379)의 서예는 아름답고 흐름이 맵시 있으며(姸美流麗) 온건하고 아취있어 운치(溫雅風韻)의 표상이며, 구양순(歐陽詢, 唐 557∼641)의 서예는 엄정정밀한 법도(嚴密方整)와 완벽미와 걸출한 굳셈(完美秀勁)의 표본이고 회소(懷素, 唐 737∼799)의 서예는 기세 있는 형상이 천만가지이며(氣象千萬) 빙종한 결구가 한계가 없음(縱構無涯)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곧 통합적 서체와 개인 필체의 특성이기도 하거니와 서예가 무엇인가를 증명해주는 역사적사실이다.

서예학습의 의의

서예를 수련하는 과정이나 서예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서예가 지닌 종합적 특성을 체득하고 그 이면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정서를 순화하고 인격을 도야하며 창의성을 고취하여 정신적 삶을 윤택하게 하는것이다. 특히 서예를 수학하는 과정에서는 옛것의 관찰과 과거의 음미를 통해 역사 속의 미감과 사상을 궁구하게 된다. 또한 실질적 체험에서 얻은 기법이나 영감 등을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 가운데 심신이 수양되어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다듬어진 고격한 세계가 담긴 작품이 산출된다면 그 작품들은 곧 훌륭한 서예술품으로 인정되고 또 오래도록 존재하는것이다. 서예는 단어나 문장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문학성도 매우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작품의 소재로서 문자와 문장을 세심히 고르는 것이다. 그러나 문자와 문장을 떠나서 시각적으로 조형화되어 있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서예의 본질'이다.

문자나 문장이 지닌 내용이 작품 제작에 끼치는 영향이 없지 않지만 하나 하나의 선을 생명화하여 한 글자 또 한 글자를 구성하고 나아가서 전체를 조화롭게 조형하는 것이 서예인것이다. 서예를 처음 대하는 사람이나 문외한은 서예를 매우 단순하고 간결한 예술로 생각한다. 문자가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되었고 복잡하고 다양한 제자 원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서예가 규정된 문자를 써내는 것으로써 시각적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알고 있는 상용하는 문자를 조금 특수한 재료와 도구를 기술적으로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지만 장르가 다른 동양화나 사군자보다 쉽게 취미생활의 소재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도하다. 하지만 서예는 매우 단순하고 간결한 표현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는 것과 달리 긴 역사를 통해 참으로 변화가 다양하고 복잡하며 미묘하고 깊으며 두텁고 높고 먼 장엄한 생명력을 키워왔다. 학습자는 물론이거니와 감상자 또한 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고 난 다음에야 진정으로 서예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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