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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3-08-20  
  [제일제당 2002달력 - 詩 어머니 수록]

손인식의 시집 [붓꽃]

어머니

땅거미 내리자 풀벌레
소리로 제 모양을 알리고
아산 소나무에 걸린 그믐달
늦은 귀가길을 빗질할 때

언덕 가쁘게 올라 골목 돌고
사립문 밀쳐 앞마당 들어서면
가물가물 등잔 불빛에 밀려
한지 문살에 스며나던 담채의 어머니
그리고
다듬잇소리

오늘 무딘 붓 하나 들어
어머니의 주르살을 쓴다

먹향 채 코 끝에 닿기도 전에
오냐! 내 새끼야
알발로 달려 나오시는 어머니
여든다섯의 어머니는 오늘도
그 아련함으로 한 세상 사신다

옛빛 한지에 번져나는 으늑함으로

- 손인식, 시집<붓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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