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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3-08-20  
  [어머니의 빛 개인전을 연 인재 손인식]

어머니의 빛 개인전을 연 인재 손인식

세계가 먹빛으로 가득해도 담아내지 못할 어머니 사랑, 그리고 서예사랑

어머니는 언제나 그냥 어머니였다
“어머니라는 세 글자를 쓰기 위해, 어머니를 수만 번 써보고, 어머니와 관련된 책을 300여권을 구해 읽었지만, 어머니에 내포된 것을 표현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하지만 힘있는 목소리, 왠지 고집이 대단할 것 같다는 첫인상의 소유자인 서예가 ‘인재(仁齋)손인식’씨. 그는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를 주제로 지난 5월 8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어머니의 빛’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물질만능주의의 현대 사회가 지닌 문제를 풀어나갈 본질적 방법은 바로 상실된 모성(母性)의 회복에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어 서예를 통하여 모성의 숭고함을 일깨움으로써 존경과 자애로운 마음가짐의 형성 등에 기여하고자 어머니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손인식씨는 생각했던 것처럼 고집과 열정이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빈틈없는 서예사랑
손씨는 1955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큰형님이 한학을 하셨고, 아랫집엔 서당이 있었는데, 입춘서(立春書) 등을 전해주는 심부름을 하다가 어깨너머로 보기 시작한 서예가 마냥 좋았었다는 손씨는, 독학으로 87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에 입상을 하게된다. 그 뒤로 1989년 대한민국 서예대전과 동아미술제 등 각종 대전에서 입상을 하고 인정을 받으면서도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서예이론집인 <먹빛찾기> 그리고 <한글서예교본(상,하)>, 작품집 <옛빛찾기> 그리고 시집인 <붓꽃> 등을 출판하는 등, 제대로 된 서예이론 책 하나 없는 현실을 좌시하지 않았고, 다양한 분야에 서예를 접목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월간 <까마>의 편집주간이기도 한 손씨는, 사재를 털어 (주)서예로(www.seoyero.com)라는 서예전문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여러 대학원에 출강도 하고 있다.


철학은 남고, 외형은 사라진다
부인이 운영하는 대치동의 평범한 서예학원에서 만난 손씨. 서예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활동을 하면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은 탓에 이력과 명성에 비해 초라해진 이 학원을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외형을 중시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일(一)자를 하나 쓰더라도 규범이나 전통적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서예가 가진 본질, 즉 문학, 철학, 역사 등 인문학적 소산이 녹아있는 정신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서예역사가 보통 3,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씨가 모두 남아 있습니까? 결국 남는 건 모두 그 작품에 내포되어 있던 인문학적 소산들입니다. 외형은 사라져 버리고 말지요.”

서예가는‘글씨쟁이’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자기 개성을 분명히 발현해내는 작가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손씨는 제다들을 가르칠 때도 단순하게 유명한 서예가의 문체를 그래도 따라하게 하여 글자를 잘 쓰게 하는 ‘글씨연습’ 보다는 문학, 철학, 역사 등의 다양한 서적을 읽고 토론하고, 유명작가의 서체를 보고 이의 특징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주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예를 오래 가르치다 보니까, 제자들을 ‘글씨쟁이’로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붓은 이렇게 잡아야 하고, 글씨는 누구처럼 써야하고 이런 고정된 것들의 폐단이 바로 우리를 규범이라는 고통 속에 가두고, 이 속에서 상상력은 사라져버린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창조행위를 방해하는 고정된 것을 깨기 위해 그는 이번 전시회에 맞추어 ‘서예 창작의 원리’ 라는 제대로 된 이론집을 출간하였다.

서예는 문화선진국의 지름길
“세계에는 50만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들에 우리 서예작품을 하나씩만 팔아도 50만개가 됩니다. 먹으로 할 수 있는 서예는 서양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합니다.”
서예는 일단 다른 예술분야에서 볼 수 없는 퍼포먼스적 특징이 있고, 특히 한국의 서예는 두고 보면 볼수록 좋고, 온화하고 소박하면서도 안으로는 강직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한국미’라고 얘기하는 손씨.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들이 우리 서예작품을 보면 속된 말로 ‘환장한다’고 한다. 서양화가들이 일주일 걸려 그릴 것을 단 한번에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그려내니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서예의 세계화에 대한 손씨의 의견에 대해 아직 ‘서단’에서는 어림없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서예는 경지에 이르면 하루에 50점의 작품도 충분히 창작 할 수 있고, 작품의 제작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가치는 최대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서예의 장점중의 하나라며, 서단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자신감에 차 있는 손씨.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얘기하자면 며칠 밤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짧은 인터뷰시간을 아쉬워하는 손씨의 모습에서 우리 서예가 전 세계에 이름을 드높일 날이 반드시 다가올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월간 엠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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