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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자카르타 특파원)   2006-02-14  
  [붓으로 쓰는 '또 다른 한류'-인도네시아 거주 서예가 손인식씨]
사람들은 그를 '자카르타의 모시적삼'이라고 부른다. 일년 내내 모시적삼만 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올해로 3년째 자카르타 생활을 하고 있는 손인식씨(51.사진). 호가 인재(仁齋)인 그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서예가였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독창적인 필법으로 유명했다. 경력도 화려하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서예학을 수료했다. 국전에서 여러번 특선을 했고 성균관대.경희대 등에서 교수까지 지냈다. 한국에서만 130여 차례 작품 전시회를 했을 정도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3년 전 자카르타로 날아왔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유학한 친구의 소개가 그의 인생 행로를 완전히 바꿨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서예 예술의 국제화'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 셈이다. "음악.미술 같은 분야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서예는 거의 없잖아요."

그는 자카르타에 도착한 직후부터 모시 적삼을 입었다. "독특한 한국 옷을 알리고 나면 서예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

처음엔 현지인들이 "이상한 옷을 입었다"며 다가와 신기한 듯 만져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한국의 모시적삼이라고 소개하고 땀에 젖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옷의 효능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요즘엔 하도 유명해져 거리를 걷다 보면 "모시적삼,모시적삼"이라고 부르며 말을 건네는 현지인도 적지 않다.

그는 현지 교민들에게는 각 가정의 가훈을 서예와 목각 등의 작품으로 만들어 주고 집에 걸도록 했다. 오랜 외국생활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싶어서였다. 그는 "많은 교민들이 '서예 작품의 가훈을 걸고 나서 생활의 절제가 생겼고 자녀들도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전해올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지인과 자카르타에 주재하는 중국인들과 교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20여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현지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작품에는 영어 해설을 붙였다. 2004년 8월에는 훈민정음을 작품화한 '사랑의 훈민정음' 전시회를 열어 현지인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작품을 본 중국인들은 "한자로만 서예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는 줄 몰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한글 서예작품의 아름다움에 반한 한 중국인 서예가는 최근 스스로 훈민정음을 써서 선물했을 정도였다.

언론의 관심도 대단하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영자신문인 '자카르타 포스트'가 그의 서예 예술세계를 5차례에 걸쳐 대서특필했고, 현지 최대 신문인 콤파스에서도 여러차례 그의 작품과 한국의 서예 정신을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현지인들의 서예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국 서예의 궁극적 목표는 '나의 완성'입니다. 규격화나 정형화보다는 독창성과 창조성이 중요하죠. 이런 서예의 정신과 예술성을 인도네시아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있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제 남은 여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자카르타=최형규 특파원 - 출처 : 인터넷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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